문학이야기

양산박 천살성 - 쌍도끼의 흑선풍 이규

슈트름게슈쯔 2011. 8. 16. 20:32

 

1. 양산박 최고의 사고뭉치!

 

 "호방하고 사내다운 기개가 있다." 이는 수호지속의 노지심을 떠오르게 할수 있는 말이다.

사실 양산박의 산적으로써 천하를 호령했던 그 두령들 중에서 호방하고 사내답지 않은 이가 있겠냐만은,

특히나 두드러져 보이는 인물은 있기 마련이다.

노지심이 그러했고, 또한 이규도 그러하다.

(어떤이는 노지심과 이규를 삼국지의 '장비'의 유형에 속한다고 표현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노지심과 이규의 전형적인 차이는 노지심에겐 왠지 모르는

'큰형님'포스를 풍기는 대인배의 느낌이 있다면 이규는 퍽하면

사고를 쳐서 양산박의 두령들의 골머리를 싸매게 했다는 정도?

 

 확실히 이규는 사고뭉치다.

그리고 그러한 점은 사실 양산박의 두령들도 좋게 보진 않았던 모양이다.

양산박의 가장 큰 은인 중 한명인 소선풍 시진이 이규때문에 죽게 될 상황에 놓였을땐 천하의 송강마저도

이규에게 욕을 하고, 나중에 양산박 두령들이 동경 여행을 떠날땐

이규는 짝이 없어서 낭자 연청과 짝을 맺어 여행을 떠난다. 

송강과 함께 양산박에 들어왔으니 꽤 많은 두령들과 사교를 할 기회가 있었을텐데,

신참인 연청과 여행을 떠나는걸 보면 사고뭉치인 그를

양산박 두령들이 그저 "으이그, 이 귀염둥이 녀석..."하고 좋게만 보진 않았던 모양이다.

(물론 그 이규를 '증오'하는 이도 있다. 그 사람이 바로 미염공 주동!)

 

 이규의 등장은 그의 짝꿍(?)이랄까.

송강을 제외하고 그와 가장 가까운(?) 사이랄까, 인연이 깊은 사람은 신행태보 대종와 함께다.

당시 대종은 강주의 절급으로 있었고, 이규는 그 강주의 이름높은 사고뭉치였다는거.

왜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도 나오지 않은가? 경찰관과 동네 건달의 애매하고 이상한 우정(?)같은거 말이다.

대종과 이규도 대충 그러한 사이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 양산박 최고의 돌격대장 - 흑선풍(黑旋風 : 검은 돌개바람)

 

 

이규는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최고 선봉에 서서 쌍도끼를 휘두르며,

자신의 별명대로 적들을 쓸어넘기는 케릭터다.

괄괄한 성격에 "까짓거 다 쓸어버리면 되지!"라고 외치는

그는 사실 돌격대장으로 선봉에 서지 않으면 그닥 전력에 도움이 안된다.

어쩌면 오용은 매번 전략을 짤때마다 이규 때문에 골머리를 썩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3. 그가 저지른건 사고만이 아니다!

 

 양산박 최고의 사고뭉치. 하지만 그는 그저 사고만 친게 아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사고가 일반적인 사고와는 많이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는 사람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여긴다.

 정말 '꼭지'가 돌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다 죽여버린다는 것이다.

다혈질의 대명사인 장비도 사람을 마구 패긴 해도 정말 죽여버리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이 녀석은 그냥 죽여버리니 어쩌면 다혈질면에선 장비조차도 초월을 하는 녀석이다.

 그러니 강주에서 이름 높은 살인마가 아니였겠는가.

 

 일단 그의 화려한 전적 중 수호지에서 꽤 중요(?)하게 나타나는 면을 살펴보자.

 

 가장 기억에 남는건 위에서도 밝혔듯 미염공 주동과 얽힌 일화다.

주동에겐 뇌횡이라는 절친이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죄인으로 쫓기는 조개를 도와준 전적이 있고, 송강도 도와준 적이 있다)

그런데 뇌횡이 사람을 죽여 벌을 받게 되자, 주동이 그를 몰래 도망치게 한다.

그리고 양산박으로 돌아간 뇌횡은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그 인품에 반한 송강은 주동을 양산박의 동료로 맞이하고자 한다.

 

당시 주동은 뇌횡을 놓아준 죄로 귀양을 갔지만, 그

곳의 관리가 주동의 인품과 풍채에 반해 그의 죄를 사면하고 자신의 부하로 쓴다.

주동은 그 관리의 아들과도 몹시 친하게 지냈는데,

오용과 이규가 그를 꼬시러 갔다가 그 관리의 아이를 죽여버리는 것이다!

 사실 아이를 죽인건 이규의 돌발적인 행동이라기보단, 송강과 오용의 계략이였다.

주동을 죄인으로 만들어 양산박으로 오게끔 하려는 계략 말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필자는 느낀다. 송강과 오용은 정말 나쁜X라고...)

 하지만 그 오용이 굳이 이규와 왔던건, 그가 이번 일에 가장 적합했기 때문이리라.

 (이 일을 가장 기억에 남는 그의 화려한 전적이라고 해버렸으니, 이규는 조금 억울할만도 하겠다)

 

 그 다음으로 기억에 남는건 나대인을 죽였다는 점이다.

(아니, 정확히는 죽이려고 했다고 해야겠지) 나대인은 공손승의 스승이 되는 사람이다.

혼세마왕 번서와의 싸움에서 양산박이 밀리자, 오용은 번서를 이기기 위해선 공손승의 도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공손승도 양산박의 두령이긴 했지만, 당시엔 노모를 돌보고 스승님을 뵙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가있던 상황이였다.)

 

 당시 번서는 화영의 활에 맞아 부상 중이였고, 그 기회를 타서 양산박에선 다리에 부적을 붙이고

하루에 오백리를 달리는 신행태보 대종과 이규를 보낸다. (역시 이 둘은 짝꿍!)

그러나 이규는 여기서 또 사고를 친다.

고향에서 공손승의 집으로 찾아갔는데, 그의 모친이 공손승이 없다고 하자 도끼로 찍어 죽여버리겠다며 협박을 한 것이다.

 물론 놀라자빠진 공손승의 모친은 기절해버리고, 그에 놀란 공손승이 버럭! 하며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공손승은 늙은 모친을 그냥 두고 갈 수 없다고 말하며, 스승인 나대인이 자신을 보내줄 리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대종과 이규가 나대인을 찾아가 부탁을 했을 때, 나대인은 거절을 한다.

 안된다는 말에 또 '꼬지'가 돌아버린  이규는 그 날 밤 나대인의 집으로 찾아가 그의 어린 제자(동자?)와 그를 도끼로 쳐 죽여버린다.

 뭐, 물론 이규는 그저 나대인의 도술에 속아 표주박 2개를 베어버린 것 뿐이였지만… 그래도 살인미수인 셈이다.

그것도 공손승의 스승을 상대로!  (그러고보니 공손승의 스승인 나대인은 이스크라의 에다님의 모티브가 되는 인물이로군)

 덕분에 이규는 호되게 벌을 받지만 공손승을 대리고 양산박으로 돌아갈 순 있게 된다.

그 덕분에 결과는 잘 풀렸지만, 세상이 결과만으로 사는건 아니지 않은가..

공손승의 모친에게 도끼를 들이대고, 스승을 상대로 살인미수……. "과연 이규다!"라고 생각해야 할까.

 

 세번째로는 역시 위에서 잠깐 언급했던 소선풍 시진의 일화다.

이 때는, 이규가 주동을 낚기 위한 계략대로 주동 상관의 아이를 죽였을 때다.

주동은 오용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내가 굳이 산채로 올라가야 한다면 한 가지 조건이 있소!

흑선풍 이규를 죽여주시오!"

 뭐, 주동으로썬 정말 그 심정이 이해가 간다고 할까…?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이규도 "아, 그러십니까? 그렇다면 할 수 없지요."라고 말 할 순 없지 않은가.

사실 따지고보면 그도 위에서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당연히 이규도 화가 나서 주동에게 덤벼들려 하고, 이를 소선풍 시진이 뜯어말려서 결국 주동은 양산박으로 올라가고, 이규는 한동안 시진의 집에 머물게 된다. 그리고 늘 사고를 가지고 오는 이 검은돌개바람은 역시나 사고를 치고 만다.

 시진에게 "이 집이 마음에 드니 내놔!"라며 땡깡을 부리던 은석천을 냉큼 죽여버린 것이다!

 시진은 결국 또 사고를 치는구나… 나도 이제 망했다! 라고 탄식하고 (물론 속으로 했겠지) 이규를 양산박으로 올려보낸다.

그리고 그는 죄인으로 끌려가 거의 죽기에 이른다.

 한편 이규는 양산박으로 올라가 자초지종을 설명하기에 이른다.

이에 양산박의 두령은 깜짝 놀라고, 그 송강마자도 이규에게 욕을 하기에 이른다.

소선풍 시진! 그는 초대 양산박 두령이 있던 때부터 양산박과 교분이 깊었던 양산박의 초특급 은인이다. 그런 그가 죽음에 처했다고 하니 양산박이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으랴! 당장에 개돌해서 그를 구출해낸다. (여담으로 마른 우물 안에 있던 시진을 꺼내러 두레박을 타고 내려간게 이규였는데, 시진을 먼저 올려보낸 후, 양산박 두령들이 다시 두레박을 내려놓지 않아 이규가  쌍욕을 퍼부었었다고 한다.

어쩌면 양산박 두령들이 이규에게 내린 작은 벌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 외에도 연청을 따라 씨름을 구경하러 갔다가 제주를 발칵 뒤집어 놓고, (심지어 관리가 의복을 벗어놓고 도망가자 그 의복을 입고 관리노릇을 하며 놀기가지 했다!) 어머니를 호환으로 잃자 호랑이 4마리를 싹 썰어버리고, 가짜 이규인 이귀의 마누라에게 된통 당하기도 한다.

 

 

 

 

4. "그래도 난 사고만 친게 아니야!"

 

 이규가 저승에서 이 글을 3번까지만 읽었다면 상당히 억울하다고 하겠다.

그가 양산박 최고의 사고뭉치인건 맞지만 (등장씬의 대부분이 사고였으니 할 말 없다 해야겠다!)

 그가 사고만 쳤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보병 두령으로썬 행자 무송이나 화화상 노지심과 함께 활약했으며 항충이나 이곤을 부장으로 거느리는 일도 많았다. (적어도 '부장'을 둘 정도의 능력은 있었다고 해야겠다)

 

 오용이 하북의 옥기린 노준의를 '낚기'위해 움직였을때도 이규가 동행했었고, 몰면목 초정이나 금전표자 탕륭, 상문신 포욱을 낚아서 양산박으로 데리고 온 사람도 이규였다.

 

 또한 '최후'에는  송강이 불러 그와 삶을 함께 마감한 충직한 인물이기도 했다.

 (물론 송강이 그를 부른건 "이규라면 내가 죽은 후, 반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지만)

 

 

 그리고 모든 사고뭉치가 그러하듯, 그에겐 '귀여운' 일화가 있다. (사실 이는 필자도 최근까진 몰랐던 일화)

 제주에서 가짜 관리 노릇을 하다가 서당으로 놀러(?)간 이규! 까막눈이던 그는 자신의 별명인 '흑선풍'을 한자로 쓰는 법을 배우고자 했는데, 그가 배우고 쓴 글씨가 글씨라기보단 그림에 가깝자 서당 아이들이 깔깔 거리며 그를 놀리기 시작한다. (간도 큰 놈들;;) 그러자 이규도 지지 않고 왜 놀리냐며 아이들에게 먹물을 뿌려대는데, 그에 격분(?)한 꼬꼬마들의 다굴에 얻어터져서 양산박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왠지 야마가 돌면 쌍도끼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 썰어버렸던 그와 조금 어울리지 않는 듯 한 귀여운 일화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양산박 최고의 사고뭉치이기에 그런 일이 있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짜 관리놀음도 했었던 만큼 기분이 업 되어있었으니 꼬꼬마들의 그러한 행위를 그냥 애교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흑선풍 이규!

 

그는 강주의 유명한 희대의 살인마이고, 양산박에선 최고의 사고뭉치였으며, 나라에 귀순한 후에는 '반란을 일으킬지도 모르는 녀석 NO.1'이였던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수호지 인물에 꼽히진 않지만, 그렇다고 왠지 이 녀석은 '싫어할 순' 없다는게 참 우습다.

 

 

 그러고보니 공손승의 스승인 나대인이 이규에 대해 했던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의 죄가 너무 많아, 이규로 하여금 사람들을 죽게 해 그 죄를 묻게 한다." 란 것.

 

 생각해보니 그의 별자리는 36 천강성의 하나인 "천살성(天殺星)"이다.

살(殺)이란 것이다.

 결국 죄인을 죽여 벌하고, 그 살인에 대한 '책임'은 이규가 모두 짊어진다는 것인데,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은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뭐, 그가 정말 죄인만 죽였던게 아니란 점을 생각해보면 맞는거같기도 하고, 아닌거같기도 하고….

 전에 어떤분이 필자의 글에 덧글로 달아주셨다시피, 필자는 그저 현대의 관점에서 해석을 하고 있을 뿐이니

 실제 그 시대 (송나라)엔 어땠을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