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논어': 知人之鑑의 書 - 조용헌

슈트름게슈쯔 2012. 9. 25. 15:20

 

 

 

조용헌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가리켜 '지인지감(知人之鑑)'이라고 한다.

정치를 하거나 사업을 하는 사람은 '지인지감'이 있어야 성공한다.

사람 만나는 게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치가나 사업가들이 관상가나 역술가를 가깝게 한다.

겪어보기 전에 그 사람의 정체를 알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공자의 '논어'(論語)야말로 제대로 된 '지인지감'을 기르기 위한 책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논어로 논어를 풀다'(이한우)가 그것이다.

저자는 '논어'의 각 장(章)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주제로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다.

그 일관된 주제가 바로 '지인지감'이다.

예를 들면 '나이 40세에 불혹(不惑)한다'는 대목도 기존 해석은

'돈의 유혹, 여색의 유혹, 명예에 대한 유혹으로부터 흔들리지 않는다'가 많다.

 이 책에서는 '사람을 잘못 보는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로 풀이한다.

 사람을 제대로 알지 못해 타인 관계에서 화(禍)를 빚어내는 것이야말로 혹(惑)이라는 해석이다.

불혹은 지인(知人)에 해당한다는 이야기이다.

어려서부터 사람을 보는 안목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생이지지(生而知之)'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안다는 것은 무엇을 안다는 것이냐?

'사람을 안다'는 것이다.

 학이지지(學而知之)는 사람 보는 법을 스승·부모·친지·책으로부터 배워서 아는 단계이다.

곤이지지(困而知之)는 박복한 사람들과 엮여서 갈등과 쓰라림을 겪은 다음에

사람 보는 안목을 갖게 되는 단계가 된다.

다른 사람이 어떤가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수양이 되어 있어야 한다.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의 학(學)은

 '학문을 한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사람됨', 즉 '인간학'을 배운다는 뜻이라고 한다.

 어진 사람을 좋아하고, 부모를 섬기고, 임금에게 충성하고,

친구에게 신뢰를 잃지 않는 사람이 '사람됨'의 기준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책의 저자는 신문기자이다.

신문기자 직업이 그 특성상 박이불심(博而不深)에 머무르기 쉬운데,

저자는 그 '불심'(不深)의 한계를 극복하고 '논어'라는 고전을

'지인지감'의 관점에서 읽어내는 독창성을 보여주었다.

 

 

 

 

 

 

from : chosun.com

'판도라의 상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건달론 - 조용헌  (0) 2012.10.17
이덕일의 한국사 - 그들이 숨긴 진실  (0) 2012.09.25
독서와 항심(恒心) - 조용헌  (0) 2012.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