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이덕일의 한국사 - 그들이 숨긴 진실

슈트름게슈쯔 2012. 9. 25. 15:58

 

 

이덕일

 

 

 

 

 

 

역사학자 이덕일이 쓴 역사평론서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은 크게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고조선과 한사군 문제다. 고조선과 한사군의 강역문제가 중심이 된다.

 둘째는『삼국사기』초기기록 불신론이다.『삼국사기』초기기록 불신론을 처음 제창한 인물은 일제 식민사학자인

 쓰다 소우키치인데 그의 이론은 놀랍게도 지금까지 한 번도 근본적인 검토의 대상이 되지 않은채 이병도가 계승했다.

 그리고 부분적 수정만 거친 채 한국 사학계의 주류 이론이 되었다.

 셋째는 조선 후기사를 노론사관에 의해 서술하는 문제다.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을 몰아내고 집권한 노론은 율곡 이이의 십만양병설을 조작해내고,

효종의 북벌에 시종일관 발목을 잡은 송시열이 북벌의 화신인 것처럼 서술했다.

실학의 이용후생학파, 곧 중상학파를 노론이 주도한 것처럼 서술하고,

세도정치를 정조의 책임으로 돌려버린 기술들의 실체를 살펴보고 과연 그것이 옳은가를 검증하고 있다.

 

 

 

 넷째는 독립운동사를 말살한 부분이다.

한국 주류 역사학계는 "역사학자는 현대사를 연구하면 안 된다"는

기상천외한 논리로 독립군의 항일 무장투쟁사를 말살시켰다.

 과연 독립군의 항일무장투쟁은 존재하지 않았는지,

존재했다면 왜 말살되었는지 조목조목 짚어가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들은 우리 사학계가 빨리 풀어야할 숙제들이다.

일제하 이병도류의 식민사학자들이 만들어 놓았던 가설들이 정설로 둔갑하여 한국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기존 사학계의 권력유지가 숨어있는 것이다.

그간 한국 사회에서는 현상의 문제에 집착한 반면 현상을 발생시키는 본질은 상대적으로 무시되어 왔다.

<한국사, 그들이 숨긴 진실>은 바로 그런 본질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우리의 2세들이 앞으로도 식민사관과 중국의 동북동정,

그리고 노론사관으로 왜곡된 역사를 교육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한사군은 한반도 내에 존재했는가?

 

 고조선과 한나라의 국경인 패수에 대해 일제 식민사학자인 쓰다 소우키치[津田左右吉]의 주장대로

압록강으로 보거나 이병도의 시각대로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사이를 흐르는

청천강이라고 보는 것이 한국 역사학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패수의 위치가 현재의 압록강이나 청천강이라면 고조선과 한나라는 전쟁 자체를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그간 고조선상은 두 가지 사관에 의해 왜곡되어왔다.

바로 중화사관과 일제 식민사관이다.


 


삼국사기의 초기기록은 조작되었는가?

 

이른바 ‘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이란 것이 있다.

서기 3~4세기까지의『삼국사기』초기기록은 믿을 수 없는 것으로

김부식이 조작한 가짜라는 것으로 현재 주류 사학계의 정설이다.

이 이론의 창안자 역시 일제 식민사학자 쓰다 소우키치다. 쓰다 소우키치의 한국 고대사관은 간단하다.

1910년대 남만주철도회사의 위촉을 받아 쓴『조선역사지리』등의 저서에서

쓰다는 고대 한반도 북부에는 낙랑군을 비롯한 한사군이 있었고 한강 남쪽에는

삼한三韓이라고 불린 78개의 소국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고 서술했다.

그래야 한반도 남부에 고대판 조선총독부인 임나일본부를 존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쓰다 소우키치의 제자는 이병도이고 이병도의 제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사학계의 주류이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초기기록 불신론과 임나일본부는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임에도 해방 후

한국 주류 역사학계는 임나일본부는 부인하면서도『삼국사기』

초기기록 불신론은 그대로 존속시켜 정설로 만들어진 것이다.


 

노론사관은 어떻게 조선 후기사를 왜곡시켰는가?

 

 노론의 사상적 배경은 극단적 친명 사대주의와 성리학 유일사상 주의였다.

그들은 친명사대를 하지 않는다고 멀쩡한 군주인 광해군을 쿠데타로 폐위시켰다.

그들은 대외적으로는 모든 개방을 거부하고,

사회적으로는 신분제의 완화 내지 폐지를 요구하는 사회 흐름에 역행해 신분제를 강고히 했으며

적서차별과 남녀차별을 극대화했다.

주자학과 다르면 같은 유학이라도 사문난적으로 공격했고,

 천주교를 비롯한 다른 사상을 극단적으로 억압했으며 사회변화를 거부했다. 

그러한 거부가 일제식민지라는 끔찍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노론의 사관이 조선 후기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이렇듯 한국 주류 역사학계의 고대사 인식체계가 일본 식민사관에 깊게 경도되어 있다면

조선 후기사 인식은 노론사관에 깊게 경도되어 있는 것이다.


 

 

 독립군의 항일 무장투쟁은 존재하지 않았는가?

 

지금껏『국사 교과서』는 무장투쟁보다 식민지 체제 내의 애국계몽운동이나

실력양성운동 등을 위주로 서술해왔으며, 무장투쟁사는 마지못해 이름 정도 적어주는 선이었다.

예를 들어 현행 고등학교『국사 교과서』에는

1920년대 항일 무장투쟁의 중심 조직인 참의부, 정의부, 신민부 등의 삼부에 대한 내용이 거의 실려 있지 않다.

삼부는 세계 독립운동 사상 보기 드문 대대적이고 혁혁한 전과를 이룬 무장투쟁운동을 이룬 조직이다.

『국사 교과서』에서는 이런 사실은 일체 침묵한 채 1940년 임정 산하에 한국광복군이 창설되었다고만 서술했다.

 한국광복군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나서기 전 일제가 패망했기 때문에

학생들은 1920년의 청산리·봉오동 전투 외에는 별다른 무장투쟁 없이

연합국 승전의 부산물로 해방된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으며 실제로 대부분 그렇게 인식하고 있다.

과연 독립군의 항일 무장투쟁이 이렇게까지 축소된 배경에는

어떠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인지 의문을 풀어 준다.

 

 우리 역사학계의 주류가 주장하는 [정설] 이면에 숨겨진 이기주의와

학문적 권력의 실체를 파악하게 해주는 책인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는 현상의 문제에 집착한 반면 현상을 발생시키는 본질이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있다. 

 

 

 

 

 

 

 

 

 

 

 

 

 

 

 

 

 

 

 

 

 

from :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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