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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안실 이론 - 이면우

슈트름게슈쯔 2014. 11. 15. 23:23

 

 

 

영안실 이론



 

작년 이맘때 생각과 지금 생각이 같으면 나는 1년 간 영안실에 있은 셈이다

  희랍의 유명한 철학자는 "이 세상 만물이 다 변하고 있는데

 

오직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이는 곧 모든 것이 변한다는 점이다(Change is the only constant)"라고 하였다.

 

1960년대 대중의 스타였던 밥 딜런이란 가수는

 

"지금 당장 헤엄을 치지 않으면 당신은 돌멩이같이 물 속으로 빠질 겁니다.

 

모든 것이 변하는 세월이기 때문에"라고 노래하였다.

  반복되는 언행은 영안실의 신호다

  '영안실'이라는 표현은 너무 심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을 하였고, 교통에 시달렸고,

 

업무에 눈코 뜰 사이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없이 돌아다시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몽유병 환자라고도 하고 강시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변화에는 저항한다.

 

최근 정부와 기업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개혁과 경영혁신이 지연되고

 

저항세력에 맞부딪히며 간혹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장애물을 만나는 것은

 

사람들이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습관을 고치기 힘들다는 말일 것이다.

 

영안실같이 변화가 없는 곳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영안실의 증세는 무엇인가?

 

회사의 중견사원과 이야기하던 중에, 그는 한때 대중의 심금을 울리던

 

저명한 강사의 강연에 참석했었는데 지루했었다고 한다.

 

그분의 강의내용이 옛날과 별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완숙의 경지에 도달하였다고도 볼 수 있고 영안실에 들어간 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결혼식에 참석해 보면 주례사가 비슷한 경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아마도 별 생각없이 주례부탁을 받아들였기 때문일 것이다.

  유명했던 어느 선배 교수님을 두꺼운 보고서를 좋아하신다고 정평이 나 있다.

 

되는 소리, 안되는 소리를 모드 적어 보고서를 두껍게 많이

 

낸 학생 중에는 좋은 학점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남녀가 데이트를 하는 경우에 만나서부터 헤어질 때까지의

 

순서가 판에 박힌 듯 일정한 사람들도 보았다.

 

그들은 만날 시간이 가까워지면 과연 마음이 설레이겠는가?

 

아마도 상대방은 다른 상대를 찾기 시작할지도 모른다.

 

매일 만나는 사람의 생각이 비슷하고 변화가 없다면 대화는

 

생동감이 떨어지고, 잡념이 생기고, 이야기가 빨리 끝나기를 바랄 것이다.

 

 데이트 기간중에 벌써 권태기가 오는 것이다.

  영안실 기미가 있는 회사들도 많다.

 

규정과 절차를 존중하는 회사는 영안실에 들어간 지 꽤 오래 된 셈이다.

 

 중요한 간부회의에서 비슷한 훈시와 판에 박힌 지시사항을 반복하는 상사들도 있을 것이다.

 

사장님의 단조로운 취향과 변하지 않는 습관을 정확히 파악한 사원들은 지내기가 편할 것이다.

 

관행을 존중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세상만물이 모두 변하는 시절에 관행을 강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중요한 업무회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회의의 목적, 절차, 참석대상이 비슷하고 회의결과가 미리 짐작된다면

 

그 회의도 영안실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20명의 임원들이 모여서 활발한 토론없이 한두 명의 의견제시로 결론이 난다면

 

나머지 18명, 19명은 영안실에 있은 대가로 월급을 받는 셈이다.

 

만일 최고 경영자가 영안실에 있다면 임원을 중환자실에 있는 셈이고,

 

중견사원을 병원 복도에서 서성이는 셈이다.

 

별도의 조치가 없다면 이 중견사원들도 곧 중환자실로 들어갈 것이다.

  정부도 영안실에 있다.

 

같은 동네에서 20여 년을 살아오고 있는데도

 

여차하면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오라고 한다.

 

공업입국을 부르짖던 1960년대에 도입된 정부의 각종 규정들이

 

30여 년 간 변하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

 

영안실인 것이다.

  대학의 문제도 심각하다.

 

기술발전의 속도가 눈부시다고 강조하고 있는 대학이 막상 자기들은

 

개교 이래 별로 바뀌지 않은 학과명, 교과과정, 교무 학생행정을 고수하고 있다.

 

아마도 동창회의 반발이 심각하고, 학과의 저항이 만만치 않으며,

 

교직원들의 업무습관을 고치기 힘들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영안실의 증세인 것이다.

  집안에도 영안실이 존재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 자녀들은 잔소리가 심하다는 말로 표현한다.

 

부모님의 육신은 살아 있어도 그 자녀들은 부모상을 당한 채 살고 있는 것이다.

 

부모의 가치관으로 자식의 진로를 강요한다.

 

사회에서는 이미 통용될 수 없는 개념을 내세우면서

 

집안의 크고 작은 판단에 해묵은 가치관을 적용한다.

  학생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시절에 학생들이 과거의 시험문제를

 

용케 다 모아 놓고 요령  있게 시험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을 모아 놓고 "앞으로 같은 시험문제가 출제되면

 

나의 교수생명이 끝난 것으로 간주하라"고 공언하였다.

 

그 이후 25년 동안 그 약속을 지키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모른다.

  과거의 규정, 절차, 선례, 관행을 무시하라

  이제 영안실에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어제, 오늘 생각의 차이가 무엇인가 매일 확인하여야 한다.

 

차이가 없다면 어제 영안실에 들어간 사람이다.

 

6개월 전, 1년 전 생각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점검하여야 한다.

 

6개월, 1년간 영안실에 있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영안실로부터 나오는 방법은 무엇인가.

 

기업의 경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회사의 직무규정과 업무절차를 없애는 것일 것이다.

 

 관리업무를 선호하는 부서를 기획 전담부서로 즉시 고쳐야 할 것이다.

 

3개월마다 업무평가 기준을 새로이 고쳐야 할 것이다.

 

연구개발 대상과제를 수시로 보완해야 할 것이다.

 

인사고과 기준도 매년 바꿔어야 한다.

 

성공사례 발료와 함께 실패사례 보고회도 적극 권장하여야 한다.

 

관행은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여야 한다.

  업무를 위임할 때 관련업무의 최고 권위자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다.

 

아마도 비슷한 업무를 여러 차례 반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가 정말로 최고 권위자인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비슷한 일을 반복할 때마다 업무내용이, 추진방법이 차이가 있어야 권위자일 것이다.

  업무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하여야 할 경우가 있다.

 

많은 경우에 과거 선례를 참조한다.

 

업무를 결정하면서 "지난번과 같은 방법으로는 결정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 영안실에서 나오게 되는 길이다.

  만나는 사람, 방문하는 장소, 대화의 대상, 관련대상부서의 범위를 확대하여야 한다.

 

타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하고, 해외협력 대상을 확대하며,

 

문화권이 다른 외국인을 고용하고, 소비자 반응조사도 새로운 방법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가장 불만이 많은 소비자를 수시로 초청하여 그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불문율에 도전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두발 복장이 단정한 사람은 사고방식이나 행동도 단정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좋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고 믿는 경향이 많다.

 

이런 영안실 증세를 이용하여 생활태도가 불성실한 사기꾼들이

 

가장 단정한 복장과 가장 좋은 차로 대중을 유린하는 것이다.

  부모, 배우자, 동료, 후배들에게 영안실의 증세가 나타날 때마다 말해 주어야 한다.

 

만일 그들이 계속 영안실에 있고자 하면 나만이라도 나와야 한다.

 

 

 

 

 

 

 

<신사고이론 20> 이면우 : 서울대학교 산업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