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

임서기(林棲期) - 조용헌

슈트름게슈쯔 2013. 8. 18. 16:49

 

 

 

 마의천 - 2008년 12월 22일 서울 삼청동 청송산방

 

 

공자의 관상공부의 시작 - 마의천


일찍히 유교의 성인

공자는 상법 논리를 긍정하고 있었으니

하루는 그의 제자 子夏가 스승 공자에게 물었다
시경에 방긋웃는 입 모습 곱기도 하여라.아름다운 눈매 서늘하구나
흰 바탕 채색무늬를 하네 라고 한것은 무엇을 뜻합니까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흰 바탕이 먼저 있은 뒤에 된다는 뜻이니라.

자하가 이어 인이 먼저고 果가 뒤이니 마음에 덕이
있으므로 얼굴에 아름다운 자태가 顯(현)하는구나 라고 말하니

 공자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와같이
공자도 심상과 복덕의 선후를 밝혀 유심에 대한 얼굴의 관상이 있음을 인정했다
공자의 문하에서 학업을 닦아 통달한 사람이 77명이었는데

그 가운데 子羽와澹臺滅明(담대멸명)이라는 제자가 있었다.

당시 자우는 미색이 뛰어나서 얼굴이 매우 예뻤고

담대멸명은 남들이 멀리할 정도로 용모가 몹시 추하였다
그러나 훗날 자우는 뜻을 펴지못하고 백면서생으로 생을 마쳤으나

담대멸명은 덕행을 닦아 그의 나이 40에 중국남부를 주류하여 제자가 300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당시 取捨(사람보는법)와 진퇴의 도리를 유세하여 그 이름을 만천하에 날렸다.
공자는 뒷날 제자들을 모아놓고 토로하였다
내가 일찍히 얼굴상만 보고 사람을 가리다가

그 심상을 잘못 보아 자우에게서 실패하였다
그 후 공자는 깨달은 바 있어 주역에 몰두,천기와 관상에 달통했다고 한다

 

 

 

 

공자 (孔子 ; BC 552~BC 479)

 

 

孔子―상갓집의 개  : 조용헌

 

 

 

40대 후반부터 주역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공자는

어느 날 자신의 남은 인생을 점치는 괘를 뽑아보았는데, '

화산려(火山旅)'괘가 나왔다고 한다(황태연 '공자와 세계' 3권).

'여(旅)'는 나그네 신세를 뜻한다.

세상사의 이치에 통달한 성인으로 여겨지는 공자도

인생 후반부는 나그네를 뛰어넘어 '상갓집의 개'(喪家之狗)로 살았다.

50대 중반부터 60대 후반까지 14년 동안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는

낭인으로 살았던 것이 공자 팔자였다.

이 기간 동안 죽을 고비를 4번이나 넘겨야 했고,

 그날그날 끼닛거리와 잠자리를 걱정해야 하였고,

강도에게 포위되어 열흘 이상 굶주리는 상황도 있었다.

 

'상갓집의 개'라는 표현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다.

사마천의 이 대목이 없었으면 우리는 공자의 파란만장을 제대로 모를 뻔했다.

상갓집의 개는 밥을 줄 주인이 없는 개다.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음식 찌꺼기를 상황 되는 대로 주워 먹어야 하는 개다.

주인이 없다는 것을 요즘 식으로 해석하면 직장도 떨어지고, 돈도 떨어지고,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 상황이다.

공자는 되는 일도 없고, 운도 없이 떠돌아다녀야 했던 서글픈 팔자였던 것이다.

우리는 통상 성인 공자만 알지, '상갓집의 개' 생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기 쉽다.

 치욕적인 궁형을 당하고도 처절하게 살아야만 했던 사마천은

 공자의 떠돌이 인생에서 깊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느꼈지 않았나 싶다.

'공자도 이렇게 고생을 하며 살았는데,

여기에 비하면 내 처지는 낫구나' 하는 위안을 얻었지 않았을까!

'상갓집의 개'라는 표현은 꼭 집어넣을 필요는 없었다고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사마천이 굳이 적어 넣은 것은

삶이라는 것이 성인(聖人)에게도 쉽지 않았다는 점을 후세에 전해주기 위한 의도였다.

공자뿐만 아니라 "옛날 주 문왕은 감옥에 갇혔을 때 '주역'을 만들었고…

 굴원은 초나라에서 추방되었을 때 '이소경(離騷經)'을 만들었다.

 좌구명은 장님이 되고부터 '국어(國語)'를 만들었고,

손자는 다리를 끊기고서 '병법'을 만들었다"고 사마천은 말한다.

천재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역사적 인물들도 감옥생활 하고,

 추방당하고, 장님이 되고, 다리를 절단당하는 불운과 불행을 피할 수 없었다는 것이

사마천의 인생관이었다

 

 

 

 

 

사마 천(司馬 遷 BC 145? ~BC 86?)

 

 

 

 

 

 인생 4단계론 - 조용헌

 

 

한국의 월급쟁이들은 대략 45세에서 50세 무렵이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만두면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가.

 노후를 어떻게 견뎌야 하는가.

이 불안의 검은 구름이 한국사회를 두껍게 감싸고 있다.

우리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어떤 사회를 향해서 맹목적으로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직장 퇴직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렇다면 옛날 사람들은 삶의 단계를 어떻게 보았을까.

고대 인도인들은 인생을 4단계로 생각하였다.

첫째는 학습기(學習期)이다.

태어나서 25세까지의 기간이다.

이 시기는 스승으로부터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수받는 기간이었다.

둘째는 가주기(家住期)이다.

대략 50세까지의 기간이다.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사회적인 의무를 다하는 기간이다.

생명을 준 신들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제사를 지내고,

자신을 키워준 부모와 조상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자식을 낳아 기른다.

자식을 낳아 기르는 것은 부모와 조상의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고 여겼다.

그 다음에는 지식과 학문을 가르쳐 준 스승과 성자들에 대한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진리가 담겨 있는 경전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셋째는 임서기(林棲期)이다.

숲 속에 머무르는 기간으로서 대략 75세까지의 기간이었다.

 50세가 넘으면 가정과 사회로부터 벗어나서 한적한 숲 속으로 들어가는 시기였다.

그동안까지 사회적인 의무를 다하였으므로 이제부터는 자신의 구원을 위하여 시간을 투자하는 단계이다.

세상에 대한 집착을 끊는 연습을 하고, 엄격한 금욕생활을 실천한다.

넷째는 유랑기(流浪期)이다.

삶의 마지막 단계이다.

세속적 집착을 완전히 버리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시기이다.

말하자면 얻어먹으면서 떠돌아다니는 거지로 사는 삶이다.

 이때는 살아있으면서도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므로, 길에서 죽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 4단계론에 비추어 보면 한국의 명퇴자들은 대부분 임서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한국적인 임서기는 어떤 형태인가.

현재로서는 농촌으로 돌아가는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는 것 같다.

자연을 가까이하면서 ‘적게 먹고 적게 싸는 삶’을 받아들여야 한다.

 

 

 

 

조용헌 - 2013년 3월 31일 봉은사 법왕루

 

 

 

임서기(林棲期) - 조용헌

 

 

역사가 오래된 문명에는 발효된 성분이 있다.

이 발효된 부분에서 나오는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인도 문명이 필자에게 깊은 공감을 주는 대목이 하나 있다.

인생 4단계론이 그것이다.

태어나서 25세까지는 학습기(學習期)이다.

학교를 다니며 경전공부를 하고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시기이다.

 50세까지는 가주기(家住期)이다.

가정을 꾸려 자식을 키우고, 돈을 벌며 사회적인 의무를 다하는 시기이다.

50세가 넘어가면서부터 급커브길이 시작된다.

바로 임서기(林棲期)이다.

숲 속에서 사는 시기를 말한다.

50세가 넘어 대략 75세까지로 생각한다.

 50이 되면 가정을 떠나 동네 뒷산에 원두막 같은 허름한 집을 지어놓고 여기서 밥을 끓여 먹으며 사는 것이다.

 깊은 심산유곡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가족과 떨어져 자기 혼자 사는 시기이다.

 물론 완전히 가족과 단절된 것은 아니고, 가끔 동네로 내려가 부인 얼굴도 보고, 자식들과 이야기도 나눈다.

밑반찬이라든가 먹을 식량을 원두막으로 가지고 오기도 한다.

인도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임서기는 우리나라 조선 선비들이 부모가 죽으면

묘지 옆에다가 원두막을 지어놓고 3년 동안 묘를 지키던 '시묘살이'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왜 인도인들은 '임서기'라는 단계를 정했을까?

그동안 사회적으로 쌓아놓은 토대를 잘 누리면서 살면 될 것이지

굳이 동네 뒷산으로 보따리 싸서 들어가 고생할 필요가 뭐 있는가.

나이 50이 되면 육체적인 에너지가 현격하게 쇠퇴하는 시기이다.

종족을 번식할 생물학적 에너지는 거의 다 썼다고 본다.

그러므로 집에 있을 필요가 없다.

부인과 자식에게 짐만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부인의 잔소리를 감당하기 힘들다.

동물의 왕국에서 보면 늙은 수사자가 젊은 수사자의 도전을 받고 무리에서 퇴출되는 이치와 같다.
 임서기는 스스로 알아서 실행하는 자진 퇴출이라고나 할까.

임서기는 남자가 혼자 있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간이다.

가장은 그동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나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를 스스로에게 물으려면 반드시 혼자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인간이 가야 할 궁극의 길이요,

구원의 길이라고 인도인들은 생각하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