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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남자와 여자가 처음 만나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무엇을 할까?
우선 눈이 마주치고, 미소를 짓고, 남자가 여자에게 말을 건네고, 그리고 대화가 시작된다.
그 대화의 소재는 무엇일까.
우리 또래의 대체로 고상한 척 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문학이나, 클래식이나, 재즈, 칵테일등을 소재로 시작 할 것이다.
영화속 체코의 온천 수영장에서 체스를 두는 사람들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거의 통속 소설이라고 여겨질 만치 '가벼운' 소설이다.
그러나 소설 속에서 드러나는 주제들은 결코 가볍지 않은 진지함, '무거움'이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재미나게 읽히면서도
철학적 사색을 안할래야 안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소설에는 작가의 해학과 지성, 반어Ironie와 철학이 넘친다.
그래서 독자는 가끔 웃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마치 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것 같기도 한
심리학책(또는 철학책)을 읽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심오하면서도 애매하다.
그래서 독자는 가끔 개똥철학자가 되어야 한다.
인생은 리허설이 없다. 단 한 번만 존재할 뿐이다.
준비도 없이 오른 무대처럼 인생 자체가 첫 번째 리허설이라면 인생이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어야 할까.
그리하여 이 소설은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것이다.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원작인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독일에서는 원제 그대로 달았는데도...영화는 원작보다 못하다는 관념이 있는데, 이 영화는 원작 못지 않다.
주인공들이 딱 들어 맞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요즘 말로 하면 '성중독'에 걸린 주인공 토마스 역으로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나오는데,
이 영화에서 아주 매력적이다, '전망 좋은 집'의 얌체신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매력은 넓은 이마, 깊은 푸른 눈동자, 그 가벼운 매혹적인 미소, 가슴 가득한 부드런 체모등등...지금은 많이 늙은 것 같다.
이 영화의 여자 주인공역을 맡은 쥴리엣 비노쉬는 세계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중의 한사람이다.
1993년 Blue때는 청순해 보였고 1997년 잉글리시 페이션트까지만 하여도 괜찮았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가 들어 좀 달라 보인다.
그러나 이 '프라하의 봄'영화에서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매력이 여실히 돋보인다.
누구처럼 그녀는 대단한 미녀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미묘한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건 아마도 어떤 '무구함'이라고 표현해도 좋으리라.
현대의 도회의 여자들은 잃어버린, 혹은 애초부터 가지지 못한 그런 '순진무구함의 매혹'을 쥴리엣 비노쉬가 지녔다.
그 순진함의 매력이 이 영화 주인공 테레사역에서 그대로 녹아 있다.
그렇게 재미있고도 가벼우면서도 무거운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김세린의 생애에 하나의 메타포가 되었고, 아름다운 영화이기도 하다.
生은 나비처럼 가볍고도 바위처럼 무거운 것인지도 모른다.
프라하에 살고 있는 외과의사 토마스는 삶의 무게와 획일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성에 집착한다. 그것만이 유일한 자유로움이며 그에게 있어 가벼움의 즐거움이다.
시골에 뇌수술을 하러 갔다가 그곳 온천 식당에서 일하는 테레사를 만난 토마스. 그는 그녀와 잠깐 얘기를 나눈 뒤 헤어진다. 토마스는 테레사를 처음 보았을때 단지 1시간을 만났을 뿐이고, 두 번째 만났을때 그녀는 감기에 걸려 그의 집에서 일주일을 머물렀다. 열에 들뜬 그녀를 간호하던 그는 갑자기 그녀의 옆에 누워 그녀와 함께 죽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단지 두 번째 만난 그녀에게! 이때 그는 헷갈린다.
이 감정이 사랑인지(겨우 두 번째 만난 그녀가 죽는다면 자기자신도 살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아니면 순간적인 감정인지... 그리고 그녀를 프라하로 데려올 것인지, 다시는 연락을 안할것인지 그는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그는 그런 자신을 나무랐지만 곧 알게 된다.
알지 못하는게 당연하다고, 인생은 단 한번만 지나갈 뿐이고, 우린 무엇이 옳았던 건지 알 수 없다.
이런 식으로 토마스와 테레사의 만남이 여섯 번의 메타포의 연속성에 의해 시작됐고 그것은 그들로 하여금 사랑을 탄생시켰다.
둘은 함께 동거하다 결혼을 한다.
테레사에게 직업을 구해주고 싶었던 토마스는 화가인 사비나에게 부탁해서 그녀에게 사진 찍는 일을 배우게 한다.
테레사는 토마스와 함께 살면서 사진 찍는 일을 배우는 걸 좋아하지만, 여전히사비나외 다른 여자들을 만나러 다니는 토마스를 보며 괴로워한다.
고통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날, 테레사는 밤늦게 들어온 토마스와 다투고 집을 나가는데, 그때 소련군들의 탱크가 프라하를 점령하기 시작한다.
테레사가 떠난 텅 빈 집에서 처음으로 토마스는 그녀의 부재와 고독을 느낀다.
늘 가벼운 사랑만 추구해온 토마스는 불현듯 테레사는 그가 지켜주고 보호해야 하는 작은 요에 담긴 아기였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곤 토마스는 그녀를 찾아 나서고... 함께 프라하를 떠나 스위스로 간다. '
가벼운' 토마스의 삶에 '무거운' 테레사는 지상에서의 삶을 보다 생생하고 진실하게 만들어준다.
토마스의 삶에 테레사가 없었다면 그는 너무도 가벼워 날아가 버리고 말았을지도 모른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인해 삶은 자유롭다 못해 무의미해졌을 것이다.
가벼운 토마스는 무거운 테레사를 통해 생의 진지함과 진실함을 알게 된 것이다.
토마스의 영원한 화두이자 무거운 짐이었던 ‘그래야만 한다!’를 탄생시킨 삶의 진실과 애착을 가져다 준 유일한 여인.
어느덧 그는 데레사를 진짜 사랑한 것이다.
데레사 또한 그녀가 토마스를 진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어느 시골 카페에서 그들은 먹고 마시고 신나게 인생을 향유한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던 그들은 사고로 갑작스런 죽음을 맞는다.
죽음은 '가볍게' 그들을 덮쳐버린 것이다.
171분 / 드라마,로맨스 / 미국
감독 : 필립 카우프만
출연 : 다니엘 데이 루이스(토마스), 줄리엣 비노쉬(테레사), 레나 올린(사비나), 스텔란 스카스가드
1968년 프라하에는 토마스(Tomas)라는 젊은 의사가 살았다. 그를 가장 잘 이해하는 여자는 사비나(Sabina)였다. 토마스는 수술을 위해 작은 마을로 갔다.
토마스(Tomas: 다니엘 데이-루이스 분)는 휼륭한 내과 의사로 독신남이다.
또한 지나칠 정도로 여자를 좋아해서 여자와의 관계를 몹시 가볍게 생각하는 사내이다.
어느날 토마스는 카페에서 일하는 테레사(Tereza: 줄리엣 비노쉬 분)를 만나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토마스와 테레사는 파벨(Pavel: 파벨 랜도브스키 분), 메피스토를 입회인으로 삼아 결혼식을 올린다.
그러나 토마스의 방탕한 생활은 계속되고 참지 못한 테레사가 아파트를 뛰쳐나오는 순간 소련의 탱크가 프라하의 거리로 밀려온다.
자신이 어떤 여자보다도 테레사에게 예속되어있음을 깨달은 토마스는 그녀를 찾아 나서지만 끊임없는 그의 바람기는 계속된다.
밀란 쿤데라의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기초한 매우 흥미있고 독특한 작품.
1968년 체코에서 프라하의 봄이 한창일 때 자유주의자인 외과의사와 그의 정숙한 애인,
아름다운 여성 사진작가의 이야기가 시적이고 에로틱하게 그려진다.
일개 개인의 사랑과 역사적 의미를 충돌시키는 게 아니라 교묘하게 병치시키려 한 공로는 원작의 힘이다.
다만 필립 카우프만 감독의 성향 탓에 지나치게 개인적인 로맨스로 흐른 감은 없지 않다.
역시 원작의 상징성과 치밀함에 비기지는 못하는 것이지만 매우 뛰어난 영화.
다니엘 데이 루이스, 줄리에트 비노슈 등 배우들의 쟁쟁한 연기도 볼 만하다.
또한 체코가 낳은 세계적인 음악가 레오 야나체크의 음악도 매우 훌륭하다. 국제비평가 협회상 수상.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시대적 배경. 체코인들의 프라하의 봄은 1968년 1월에 시작되었다.
개혁파의 지도자 알렉산드 두브체프가 체코 공산당 중앙 위원회에 서기장으로 임명되면서 이른바 인간적인 얼굴을 한 사회주의로 알려진 자유화의 개혁이 시작된다.
그는 공산당 독재정치에 시달려온 체코 국민들에게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는 비밀경찰에 없고
언론과 출판의 자유가 있고 여론의 주의에 기울이고 그것에 정책의 기초를 주며
현대문명이 자유롭게 발전하며 시민들이 두려움을 갖지않는 사회주의를 만들겠다라고 선언한다.
이 때부터 정부의 통재와 간섭과 비난으로부터 가장 자유로왔던 프라하의 봄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봄은 짧아 그 해 8월 21일 새벽 러시인들이 수 백대의 탱크를 앞세우고 프라하를 침공해 들어오면서
갑작스런 종말을 맞이하고 만다.
젊은 유능한 외과의사인 토마스, 일상 생활이 무척 심각한 테레사와 자유분방한 사빈나 두 여인.
그러나 감독 필립 코프만이 보여주는 것은 이들의 사랑놀이가 아니라 그들이 겪는 사건들, 프라하의 봄,
소련의 무력개입, 망명, 귀환 등과 관련해서 인물들이 맞주치게 되는 존재의 변화이다.
유럽의 자유화 역사를 상징하는 프라하의 봄에 펼쳐지는 사랑애의 표현은 한 개인이 다른 개인에게 느끼는 사랑에서 한 개인이 조국에 대해 느끼는 사랑, 그리고 자유에 대해 느끼는 사랑이라는 다양한 층이 겹쳐간다.
KGB를 필두로 한 소련 탱크 앞에서 체코 슬로바키아의 국민봉기이 진압된 뒤 정보 기관들은 지식인들을
말살시키기위해 대대적인 숙청작업을 펼쳐 의사 토마스는 하루 아침에 유리창닦기로 전략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벼움과 무거움의 순환은 다채로운 음악으로 표현한 체코 음악가 레오 야나첵때문이다.
이 영화는 자유 체코인들의 삶을 무겁게 만드는 당시의 정치 사회적인 조건에 누추함과 부조리가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미국으로 간 사빈나만 남고 모든 인물들이 죽음으로 종말을 맞이하는 라스트 씬은
이 모든 것을 견디면서도 살아가야하는 무거운 시간 속에서 솜털처럼 사려지고만은 우리 인생의 상징인 것이다.
제42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1989) 각색상 장 클로드 까리에 Winner
제23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1989) 감독상 필립 카우프만 Winner
제23회 전미 비평가 협회상 (1989) 작품상 W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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