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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우리를 늙게 만드는가?

슈트름게슈쯔 2011. 8. 13. 11:46

 

 

 

거북이 150년, 인간 120년, 침팬지와 검은 독수리 50년, 고양이 30년,

 개 20년, 토끼 15년, 쥐 8년. 동물들의 최대 수명이다.

우리가 아는 모든 동물들은 잉태되어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서 죽음에 이른다.

동물 종(種)마다 그 주기는 다르지만 이런 패턴은 동일하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언제나 좀 더 건강한 삶, 좀더 오랜 삶을 꿈꿔왔으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 우리가 늙지 않을 수는 없는지, 도대체 왜 늙는지 알고 싶어했다. 

과학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노화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집중적인 연구를 거듭했다.

그 결과 다양한 이론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어떤 이론도 노화의 신비를 완전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또한 연구가 거듭되면서 각광받는 이론이 변하기도 한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많은 노화이론들이 상호의존적이라는 사실이다.

신체는 매우 복잡한 체계이다. 노화는 단순히 어느 한 측면보다는

입체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제시된 노화 이론들은 일반적으로 두 부류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한 부류는 인체 내적인 생물학적 시계 내지는 프로그램을 강조하는 이론들이고,

다른 부류는 인체의 세포와 기관들이 더 이상 적절하게 기능할 수 없도록

손상을 입히는 외적인 환경적 요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자는 흔히 프로그램 이론(programed theory)이라고 하고

후자는 오류 이론(error theory)이라고 부른다.

성장,죽음의 과정이 프로그램 된 것
사람이 늙는 것은 유전자, 내분비계, 또는 면역체계에 미리 프로그램 되어 있는 과정을 이행하는 것이다.

동물들은 종마다 각기 다른 속도로 늙고, 평균 수명도 각기 다르다.

마치 동물들마다 정해진 절대수명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수명과 노화 과정이 종(種) 특이성을 갖는다는 사실은 살아 있는 동물들의 몸에 생체 시계가 유전적으로 갖추어져 있어서,

이것이 노화를 작용하는 것이 분명하다고 과학자들은 믿고 있다.

이른바 노화 시계 이론(clock of aging theory)이다.

사실, 오랜 옛날부터 우리가 아는 한 모든 인간은 마치 타이머 장치가 되어 있는 것처럼 늙고 죽어갔다.

이는 인체의 성장과 발달, 노화, 죽음의 과정과 시기를 기록한 시계가 달린 프로그램이 있다고 믿게 한다.

인간에 있어서도 혈통이 같은 종족은 특징적인 노화 형태를 공유한다.

예를 들어, 코커서스 인종은 아시아 인종들보다 젊은 나이에 머리가 희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럼, 인간의 노화 과정을 담고 있는 노화 시계는 어디에 있을까?

아직까지 그런 프로그램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일군의 과학자들은 이런 DNA 시계가 모든 세포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과학자들은 사람의 두뇌에 이런 노화 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노화 시계 또는 노화 유전자가 세포들에 있다는 주장은 세포가 일정한 수명을 갖는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인체의 각 세포들은 일정한 횟수, 보통 50~100회까지만 분열할 수 있다.

분열 횟수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각 세포들은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다.

 세포의 죽음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세포의 분열 횟수를 결정하는 유전자가 각 세포들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으며,

최근 노화 유전자의 정체가 밝혀졌다. 텔로미어(telomere)라고 불리는 염색체 말단 부위는 긴 꼬리 모양인데,

세포가 분열을 거듭할수록 점차 짧아지고, 분열 횟수가 일정한 수에 도달하여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않는다.

“죽음의 호르몬 따로 있다”
생체 시계가 뇌에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은 호르몬들을 통해서 노화의 속도가 조절된다고 주장한다.

인체는 수많은 호르몬들을 통해서 유지되는데, 어릴 때와 젊었을 때, 그리고 늙었을 때 호르몬의 구성이 다르다.

그것은 미리 짜여진 프로그램에 따라서 우리의 뇌가 호르몬의 구성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면 IGF(insulinlike growth factor)-1의 생산이 감소하는데,

 IGF-1은 체중에서 지방의 무게를 제외한 무게를 감소시켜

지방 조직 무게를 증가시키고 피부를 얇아지게 만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극단적인 생각으로 죽음의 호르몬(death hormone)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체에서 영원히 사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유전 정보를 담은 DNA이다.

인간의 DNA는 죽지 않기 위해서 종이 최대한 잘 살도록 해주며 세대에서 세대로 전달된다.

 종의 측면에서 보면, 환경의 변화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는

돌연변이 또는 변화가 있어야만 하는데 이런 진화과정은 매우 느리게 일어난다.

이 때문에 세대가 가능한 빨리 교체되어 종에게 유리한 돌연변이가 유전인자의 웅덩이에 포함되게 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관점에서 개인은 희생시킬 수 있다.

종의 보존을 위해서 개인이 희생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죽음의 호르몬은 아마도 뇌하수체에 의해 분비되며, 우리들을 늙게 만들고, 결국에는 죽게 한다.

우리가 너무 오래 살게 되면 진화의 과정을 지연시킬 것이고, 그것은 종에게 불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생명력이 소진되면 죽는다
프로그램 이론의 또 다른 형태는 인체의 면역체계가 사전에 짜여진 대로 쇠퇴하게 되고,

그로 인해서 감염성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약화되고,

결국에는 생명력이 소진되어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한다. 

인체의 면역체계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체내에서 잘못 생산되는

물질의 결함을 인식하고 공격하는데 효율적이지 못하게 된다.

생명이 왕성한 인생의 초반기에는 돌연변이를 일으킨 세포를 찾아내 파괴할 수 있지만,

생명력이 소진되기 시작하면 면역계통이 약화되고 인체에 유해한 돌연변이 세포들을 찾아내 파괴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유해 세포의 수가 체내에 늘어나고 결국은 생명 전체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일은 일반적으로 젊은 사람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성질의 것이다.

자가면역 반응(autoimmune reaction) 또한 노화에 따른 면역기능의 약화를 설명하는 한 방식이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병균이 건강한 신체에 침입하면

면역계통은 원하지 않는 이물질을 거부하거나 또는 공격하기 위해 항체를 생산한다.

 자가면역 반응 이론은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면역계통은 항체를 잘못 만들어 내는데,

이것은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같은 침입자보다는 정상적인 신체 세포를 공격하고 파괴한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65세 이하인 사람들보다 노인들이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성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

치명적 실수가 죽음을 부른다
노화와 변이는 인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이와 실수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이론들이 있다.

이른바 오류설이다.

인체는 살아 있는 동안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 수많은 물질을 만들어내고 모든 세포들은 죽을 때까지 분열을 거듭한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DNA 복제가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얼마든지 실수가 개입될 수 있다.

 그 중에는 결정적인 실수도 있을 수 있다.

오류설은 기본적으로 이런 사실에 착안한 것이다.

오류설은 다양한 형태를 띠며, 그 중에는 재미 있는 착상도 있다.

그 가운데 흐려진 복사본 가설(smudged Serox hypothesis)이라는 것이 있다.

이 가설은 {섹스의 환희}로 유명한 노인의학자인 알렉스 콤포트가 제안한 것이다.

만일 우리가 공책을 복사한다고 가정해보자.

처음 복사한 것은 원본과 별 차이가 없겠지만, 복사한 것을 가지고 다시 두 번째 복사를 하고,

두 번째 것을 가지고 다시 세 번째 복사를 하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50번 정도를 복사한다면,

그 즈음에는 원본과 비교해서 매우 흐릿해져 있을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인체의 세포에서도 일어난다.

 세포를 복사할 때마다 새로이 복사된 세포의 DNA는 처음의 것과 비교하면 매우 흐려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콤포트의 이 가설은 실수에 의한 파국 이론(error catastrophe theory)의 변형된 형태이다.

실수에 의한 파국 이론은 여러 가지 형태로 등장하지만

근본적으로는 확률론적 이론과 노화 시계 이론 사이의 절충적인 견해이다.

기본적 생각은 세포의 단백질 생산을 조절하는 유전적 신호에 잘못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이론을 두 가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사용함으로써 생긴 마모가 유전적 생산체계를 손상시키고 커다란 실수를 초래하거나(확률론적 이론)

또는 어떤 이유로 인해 실수가 유전적 신호 안에 누적된다(노화시계 이론). 

뉴욕 시의 마운트(Mt) 시나이 의과대학 노인의학과 교수인

로버트 버틀러 박사는 실수에 의한 파국 이론이 무용하다고 주장한다.

단백질 생산에 있어서 늙은 세포도 젊은 세포만큼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론은 여러 해 동안 아주 유용한 이론이었으며 과학자들로 하여금

 단백질과 유전적 실수의 전반적 분야를 연구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인체는 낡은 냉장고

이 이론은 인체를 냉장고나 자동차처럼 낡는 것으로 본다.

과거 상당히 인기를 누린 이 이론은 비유를 사용해 과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개념을 이해할 수 있다.

신체는 마치 오래된 중고 자동차와 같다.

클러치가 망가지고, 점화 플러그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며,

마침내는 차의 작동이 완전히 중단돼 버리는 것처럼 신체의 작동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낡은 냉장고 가설(the tired refrigerator hypothesis)이라고 불린다.

또한 마치 낡은 냉장고처럼 어느 부품이 우연히 고장난다는 생각에서 확률론적 이론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인간은 가전제품이나 자동차가 아니다.

인체의 세포는 복제되지만 냉장고나 자동차는 그렇지 않다.

또 자동차는 수리 또는 부품 교체를 통해 쉽게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지만 인간의 경우는 아니다.

자동차의 평균 예상 수명은 8~10년이지만 60~70년이 지나도 튼튼한 것도 있다.

노화를 설명하는 이론들 가운데 현재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 자유 산소기(free radical) 이론이다.

자유 산소기는 신진대사의 결과 생기는 부산물로서 유독물질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이 자유 산소기를 제거하는 기능이 약화되는데,

축적된 자유 산소기는 DNA나 효소 또는 세포에 손상을 일으켜 세포의 괴사를 초래한다.

젊었을 때는 자유 산소기처럼 강한 유독물질을 물리칠 능력이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방어능력이 쇠약해져서 세포가 죽어가고 노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자유 산소기 이론은 오랫 동안 무시되다가 1980년대에 들어와서 새롭게 조명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이 이론을 지지하는 증거들도 속속 발견됐다.

조로증의 한 형태인 베르너 증후군 환자들은 같은 연령의

정상인들보다 단백질의 산화 정도가 심하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노화는 불가피한 과정일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건강하게 나이를 먹을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노화를 지연시킬 것인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상헌(과학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