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

목후이관(沐糅 而冠)

슈트름게슈쯔 2012. 2. 7. 11:23




목후이관(沐
而冠)

 

 

 

목욕한 원숭이가 갓을 씀.

 

 사람 행세를 못함.

 

표면은 근사하게 꾸몄지만 속은 난폭하고 사려가 모자람 



목후이관(沐糅而冠)은 중국 진나라 사마천이 쓴 역사서 사기의
(항우본기)에 나오는 말이다.  
항우는 홍문연(鴻門宴)을 계기로 하여 유방을 물리치고 진(秦)나라의 도읍 
함양으로 입성했다. 그는 곧 나이 어린 왕자 자영을 죽이고 
아방궁에 불을 질렀으며, 시황제의 무덤을  파헤쳤다.
그리고는 유방이 창고에 봉해둔 재물을 모두 차지하고 미녀들을 곁에 끼고 
승리를 자축하며 시간을 보냈다.
항우의 이런 행동은 멈출 줄을 몰랐다. 이를 걱정한 모신(謀臣) 범증이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가는 결국 제왕 자리마저 잃게 될 거라며
간곡하게 간언했으나 항우는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항우는 오히려 재물과 미녀들을 손에 넣고 동쪽에 있는 고향
팽성(彭城)으로 천도하려 했다. 
그러자 간의대부(諫議大夫) 한생(韓生)이 이렇게 말했다.  
“함양과 이 주변은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땅도 비옥하니,
이곳에 도읍을 정하고 천하에 세력을 뻗치십시오.”
그러나 항우는 한시라도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입신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는 혼잣말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부귀해지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에 가는 것과 같으니
누가 이것을 알아주겠는가(富貴不歸故鄕 如衣繡夜行 誰知之者)?”
이 말을 들은 한생은 비웃으며 말했다.

“세상 사람들 말이 초나라 사람들은
‘원숭이를 목욕시키고 갓을 씌웠을 뿐(목후이관)’이라고 하더니
정말로 그렇구나.”   

그런데 이말을 항우(項羽)가 듣고 말았다.

무식했던 그는 무슨 뜻인줄 몰라 진평 (陳平)에게 물었다. 

"폐하를 흉보는 말인데 세가지 뜻이 있지요. 

 

 

원숭이는 관을 써도 사람이 못된다는 것,  
 원숭이는 꾸준하지 못해 관을 쓰고 조바심을 낸다는 것,  
 그리고 원숭이는 사람이 아니므로 만지작거리다 
의관을 찢어버리고 만다는 뜻입니다." 

 

 

격분한 항우(項羽)는 그를 끓는 기름가마에 던져 삶아 죽이고 말았다. 

죽을 때 한생(韓生)이 말했다. 

"두고 보아라. 유방(劉邦)이 너를 멸하리라.

역시 초(楚)나라 사람들은 원숭이와 같아 관을 씌워도 소용이 없지." 

 

나중에 세궁역진되어 유방에게 쫓긴 항우는 마지막 전투를 벌였던 
해하(垓下)전투에서 사면초가가 되어 자살을 하고 말았다

결국 항우(項羽)는 함양(咸陽) 뿐만 아니라 천하(天下)를 
몽땅 유방(劉邦)에게 빼앗기고 말았던 것이다. 

 

 

 

이목구비(耳目口鼻)를 갖추었다고 다 사람 행세를 하는 것은 아니다.

목후이관 (沐糅而冠)과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사기(史記)에 호이관(虎而冠)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몸은 사람의 의관을 하고 있으나 마음을 호랑이 같다는 뜻이다. 

 

목욕할 목(沐). 원숭이 후(糅). 而 어조사 이(而). 갓 관(冠) 


[출전] 史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