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야기

목매는 여자와 목매는 남자

슈트름게슈쯔 2009. 11. 4. 13:33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의해 목매달린 유고슬라비아 빨치산 여성 레파 스베토자라 라딕

 

 

 

독일군에 의해 목매 달린 이탈리아 로마의 레지스탕스 여성 - 1944년

 

 

연산군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 [금삼의 피]로 잘 알려져 있는

소설가 웥탄 박종화의 작품들 중에는 주로 역사소설이 많은데 

대표적인 그의 작품으로 다정불심,흑방비곡, 목매는 여자등이 있다.

전세계의 예술 작품들중 그림이나 문학등에는 여자가 소재가 된 형태는

어쩌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할만큼 그리 새삼스러운 주제거리도 아니라 할수있다.

르느와르의 목목하는 여인이나 드가의 춤추는 무희및 독서하는 여자등 그 소재에 대한 제목을 적자면 한이 없다.

하지만 박종화의 작품중 하나인 그 소설은  왜 하필 제목이 [목매는 여자]인가?

그것은 세종의 은덕을 입었던 신숙주가 단종을 살해하고 왕권을 찬탈한

수양대군의 측으로 편승하여 그에게 충성을 맹세 했기 때문이었다.

신숙주의 부인은 수양대군이 신숙주에게 공신의 벼슬을 내리던날 집으로 돌아온

그의 남편을 보란듯이 대청마루위의 나무에 광목으로 목에 매어 목숨을 끊었다. 

서울에서 고교 국사선생을 맡고있는 야후의 모 블로거는

그의 블로그 페이지 앞머리에 이런글을 적어놓고 있었다.

충신 열사 필요없다. 가늘고 길게 가는 거다.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으로 기술한 그 짧은 문장에 대한 시시비비는

굳이 가릴 필요가 없지만 그의 말대로 그러한 논리로 모두 살아왔다면

이제까지 도도히 흘러왔던 격랑의 한국 역사가 존재할수 있었을 것인가.

실제로 역사적 사료에는 신숙주의 부인이 목을 매었다는 문헌이나 증거는 찾아볼수가 없다.

그러나 신숙주의 부인은 임진왜란 당시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을 껴앉고

남강물에 몸을 날렸던 기생 논개와 같이 조선의 얼을 후대에 남긴 충신 열녀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IMF 금융대란 이후 한국에서는 목을 맨 남자들이 속출했다.

한때 잘나가던 일류회사의 대표에서 부터 자그마한 소 기업을 운영하던

어떤 경영주들은 IMF의 여파로 하루 아침에 부도 사례를 맞아 어쩔수 없이 목매는 비운의 결단을 내버리게된 것이었다.

어떤이는 그것은 이미 예고되었던 형태의 금융대란이었다고 하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삽시간에 대한민국의 경제를 곤두박질 시켰고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그 충격에 따른 경제적 여파는 지속 되고 있다.

오늘도 前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오(현:성지건설 회장)씨가

성북동 자택에서 목을 매었다는 씁쓸한 뉴스를 접할수 있었다.

그에 따른 직접적인 원인은 차후 밝혀 지겠지만 발빠른 매스컴이 발표하는 보도는

두산중공업 회장직을 물러난 이후 벌였던 사업의 성과가 부진했던 결과가 아닌가하는 입장의 보도였다.  

한때 별명이 미스터 쓴소리였던 그의 형제 박용성씨와 두산 중공업의 경영권 다툼으로 인한

 집안 싸움 때문에 현대 그룹의 집안 싸움과 더불어 대한민국 경제계의 왕자의 난이라고 비견되기도 했었다.

미국 경제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던졌던 뻔뻔함의 대명사격이자

바로 그 장본인이었던 리먼 브라더스의 회장은 목을 매진 않았다.

자본주의란 여느때라도 회사가 잘 나간다고 기업인들이 안주한다고 유지되는 무대가 아니다.

단순한 형태라도 대다수에게 호응될 새로운것을 만들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 자리를 보전하기란 힘들게 되는 상황에 처해질수 있다.

굳이 죠셉 알로이스 슘페터의 이노베이션 논리를 들지 않아도

이 세상은 어떠한 형태이든지 새로운것의 개발에 따른 형태로 발전적인 변화를 거쳐왔었다.

무었보다도 일의 성과와 결과가 중시되는 자본주의 사회의 냉엄한 현실에

더 이상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해서 회사의 책임자가 목을 맨다고 해결 된다고 생각하는것 자체가 결코 능사는 아니다.

그것으로 자기 대의 빚청산은 될지언정 그의 수하에 딸린 수많은 사원들과 그 식솔들은 어찌하란 말인가.

잘못된 상황의 업보에 대한 원성을 목숨을 던지면 듣지 않게 될지 모르나

모름지기 남은자들의 생명을 위해서라도 견마지로의

밀알같은 힘을 보태더라도 살아서 그 업보의 책임을 져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제각기 맡은 일자리에서 나름대로 매진 하는 남자들은

생이 힘들고 괴롭더라도 책임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신숙주의 부인처럼 나라의 주인을 배신했던 못난 남편때문에 나라를 위하여

 목을 매었던 충신 열녀가 아니면 결코 목을 매어선 안된다.

 

 

 

 

    

 

photo from : Histom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