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마 극장

로드 투 퍼디션 [Road To Perdition 2002년]

슈트름게슈쯔 2011. 4. 3. 17:43

 

 

1931년 대공황과 금주령의 미국. '죽음의 천사'라고 불리는 마이클 설리반(톰 행크스 분).
마피아 보스의 양아들이기도 한 그는 조직의 일원으로 중요한 임무를 해결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거기에는 상대 세력을 제거하는 일(킬러)도 포함되어 있다.

 


 

 

 

집에서는 자상한 남편이자 든든한 아버지인 마이클.
하지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두 아들에게 차마 자신의 직업을 말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보스의 친아들 코너와 함께 라이벌 조직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하러 갔는데
코너가 보스의 명령을 어기고 돌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발생한다.

평소 아버지의 직업을 궁금해 하던

마이클의 큰 아들 마이클 주니어(타일러 후츨린 분)가 그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아버지의 신임을 잃게 된 코너는 마이클 일가(아내와 막내)를 처참하게 살해한다.
아슬아슬한 시간 차로 목숨을 건진 마이클과 그의 큰 아들. 이제 마이클은
이 모든 일의 배후에 조직이 개입되어 있다고 판단,

어린 아들과 함께 거대 조직을 상대로 힘겹고 험난한 복수의 여정을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아버지와 아들.
그들은 비로소 서로의 존재감을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늘 아버지의 사랑에 목 말라 하던 마이클 주니어는 동생과 달리
자신에게는 절제된 사랑을 베풀었던 아버지의 진실을 읽게 되는데.

 

 

 

 

 

 

맥스 앨런 콜린스와 리차드 레이너의 그래픽 노블을 샘 멘더스 감독이 영화로 만든 

'로드 투 퍼디션'(Road To Perdition, 2002년)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도 모자를 아주 서정적인 아메리칸 느와르 이다.

갱이 판치던 1920년대 미국.
오래도록 갱단에 몸담았던 사내가 아들을 지키기 갱단과 전쟁을 벌이는 내용이다.


'아메리칸 뷰티'에서 인간의 복잡 미묘한 심리를 절제된 영상으로 잘 선보였던

샘 멘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선 굵은 아버지의 부정을 간결한 대사와 아름다운 영상으로 절묘하게 표현했다.
여기에는 물론 콘래드 홀의 촬영이 결정적 기여를 하였다.

콘래드 홀은 인공 조명을 절제한 특유의 촬영 기법으로 황량하면서도

서글프고 서정미가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의 영상을 만들어 냈다.
특히 막판, 쏟아지는 빗 속에서 총성은 전혀 울리지 않고

스산한 음악 소리만 흐르는 가운데 벌어지는 총격전은 감탄이 절로 나올만큼 훌륭하다.

다시 한 번 샘 멘더스 감독과 콘래드 홀 촬영 감독이 얼마나 뛰어난 사람들인 지 실감할 수 있는 걸작이다.
콘래드 홀은 이 작품 촬영 후 이듬해인 2003년 세상을 떴다.

 

 

해질녘 미시건호에서 촬영한 시작 부분.

이 작품은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아버지를 죽이는 남자의 이야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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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같은 갱단 두목을 연기한 폴 뉴먼과 아들같은 총잡이를 연기한 톰 행크스.

이 장면은 실제로 두 사람이 피아노 연주를 했다.

오른손과 왼손의 절묘한 조화가 또다른 부자 지간의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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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홀은 강렬한 백색 조명을 중앙에 배치해 인물들에 액센트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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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알 카포네 조직의 이야기다. 시카고 아웃핏의 두목이었던

카포네는 성 발렌타인 데이의 학살로 세력을 넓힌 뒤 탈세로 알카트라츠 감옥에 수감됐다.

석방 후 1948년 팜비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죽었다.

감독은 알 카포네가 나오는 장면을 일부러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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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 영화 '아들을 동반한 검객'을 닮았다.

아닌게 아니라 원작자인 맥스 앨런 콜린스가 실제로 '아들을 동반한 검객'에 큰 영향을 받았다.


 

 

제목인 로드 투 퍼디션은 부자가 도피하는 퍼디션 마을로 가는 길이라는 뜻과

갱단과 싸움을 벌이는 지옥이라는 이중적 뜻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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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을 앞둔 1920년대 미국 시카고 공립도서관의 열람실 풍경. 가난한 사람들이 이곳에서 추위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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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홀은 액션 폭력물을 싫어해 처음에 이 작품을 거절했다.

그러나 '아메리칸 뷰티'에서 호흡을 맞춘 샘 멘더스 감독의 설득으로 촬영을 맡게 됐다.


 

 

 

개성강한 냉혈 킬러를 연기한 주드 로.

 

주드 로가 연기한 시체를 찍는 사진사는 실존 인물이 모델이다.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문제의 사진작가는 살인사건 장소에서 시체 사진들을 다양하게 연출해 찍었다.

 영화 속 등장하는 시체 사진들은 문제의 사진작가가 찍은 실제 시체 사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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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홀 촬영감독은 '내일을 향해 쏴라' '아메리칸 뷰티' '로드 투 퍼디션'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받았다.

타히티 사람인 그는 뛰어난 영상을 만들어내 세계 영화계의 존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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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틈 사이로 스며든 빛과 그림자가 빚어낸 절묘한 영상은 마치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달콤한 인생'을 연상케 한다.

콘래드 홀은 조명을 많이 쓰지 않고 단순함을 강조한 흑백 지향적 영상을 좋아했다.

오히려 '러브 어페어' 등의 작품을 보면 빛의 반사를 즐겨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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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두목의 아들을 연기한 다니엘 크레이그.

감독이 그를 캐스팅한 이유는 아버지 역할을 맡은 폴 뉴먼과 눈동자 색깔이 똑같은 파란색이었기 때문.

 

 

 

 

폴 뉴먼

 

이 선한 배우가 잔인한 갱단 두목과 말썽쟁이 아들을 감싸는 늙은 아버지의 이중적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었다.

그가 연기한 존 루니는 실존했던 아일랜드 갱이다.

 전직 변호사였던 그는 록아일랜드에서 지역신문을 창간해 기사로 사람들을 공갈 협박하였다.

그는 폐결핵으로 1974년에 엘파소 요양원에서 사망하였다.


 

 

 

결국 이 영화는 아들을 위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비정한 부정에 대한 이야기 이다.

 

 

 

 

 

 

 

 

 

 

 

 

이 작품의 백미인 빗 속 결투 장면. 총성이 전혀 들리지 않는 가운데 스산한 음악 소리와 함께

 푸르스름한 빗줄기 속에서 사내들이 죽어가는 이 장면은 느와르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훌륭한 영상이다.

어느 느와르가 총격전을 이토록 아름답게 표현한 작품이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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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투치가 연기한 프랭크 니티는 1920년대 실존한 갱으로 알 카포네의 심복이었다.

전직 이발사였던 그는 협박 혐의로 기소된 후 옥살이를 두려워해 1943년에 권총으로 자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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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코너 루니 역시 실존 갱이었다.

영화처럼 잔인한 성격이었던 그는 영화와 달리 빗 속에서 총탄 세례를 받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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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건 호에서 촬영한 장면.

원작을 보면 어린 아들은 자라서 신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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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래드 홀은 이처럼 반사되는 영상을 즐겨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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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드 로가 연기한 사진작가는 원작에 없고 영화에만 등장한다.

1920, 30년대 미국은 경찰이 힘을 못쓰는 무법 천지였다.

무려 40%에 이르는 실업률과 경기 침체로 갱들이 로빈훗처럼 오히려 각광을 받으며 성황을 이뤘다

 

 

 

 

 

 

 

 

세상은 그를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는 나의 영웅이었다...
누군가 나의 아버지가 어떤 분이 였냐고 물으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는 그저 나의 아버지였노라고...

< 영화 '로드 투 퍼디션' 중 마지막 장면 아들의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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